지난 1월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2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 10명의 첫 공판을 진행되었다.
웃돈 줘도 못 구하는 화이자 백신, 이재용의 10년 인맥으로 뚫었다.
지난해 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협상 뒷얘기가 최근 뒤늦게 회자되고 있다.
지금은 더 심하지만, 지난해 말에도 화이자 고위임원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이때 최고위급 임원을 통해 협상의 실마리를 만든 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었다는 것이다.
4월 들어 국내 확진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희귀혈전 부작용 문제가 불거졌고, 전세계적인 백신 품귀 현상이 맞물리면서 화이자 백신은 웃돈을 줘도 구하기 힘든 백신이 되었다.
지난해 정부의 화이자 백신 협상은 당초 협상 마무리 시점으로 예정했던 12월 초까지도 소득 없는 논의를 이어갔었다. 정부 관계자들이 화이자 고위 관계자와의 협상 창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아시아 지역 판매를 담당하는 실무 임원진과 백신 조기 도입 협상을 이어갔지만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답답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이었다는 것이다.
자세한 비하인드
이재용 부회장이 화이자 관련 자료를 살펴보다가, 사외이사 명단에서 오랜 기간 교류해온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을 발견하고 휴가 중이던 나라옌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한 것.
나라옌 회장은 2011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그 해 7월 방한하는 등 인연을 쌓았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나라옌 회장을 통해 화이자 회장과 백신 총괄사장을 소개받으면서, 지난해 12월22일 화이자 고위임원과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은경 질병관리처장 등이 참석한 화상회의가 진행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협상에서도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고 한다. 당시 협상 화상회의에서 처음에는 형식적인 대화가 오갔는데, 삼성 측에서 '잔량이 남지 않는 주사기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카드를 던지면서 논의가 급진전되었다고한다.
화이자가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에 관심이 많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 협상 테이블에서 카드로 제시하자, 화이자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다는 얘기다. 당초 올 3분기에나 공급받을 예정이었던 화이자 백신이 지난 3월부터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LDS 제조사인 풍림파마텍을 찾아내 금형개발과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지원했다.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중 화이자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보고되면서 웃돈에 웃돈이 붙는 백신이 되었다. 스페인 라 방구아르디아 등 외신에 따르면 EU(유럽연합)가 내년과 내후년에 쓸 백신 18억회분에 대한 협상에서 화이자가 지난해 11월 공급가격보다 26%가량 높은 가격을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도 백신 공급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화이자에 추가 구매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최근 화이자에 백신을 추가로 구매하는 대신 일부 물량 공급을 앞당겨달라고 요청했지만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데다 화이자가 대량계약 위주로 협상을 우선 진행하다 보니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앞서 체결한 2600만회분 구매 계약 물량 중 현재까지 국내에 들어온 물량도 175만회분에 그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사업차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준비하면서도 사업 협력과 함께 UAE가 확보한 백신 물량 공유를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출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무산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수감된 이후에도 백신 도입 협상이 성사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개 단체는 경총 회장 주도 아래 정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공식 건의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빠르면 다음 주 초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건의서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심해지는데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적 투자 결정 지연 등을 초래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줄을 잇고 있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 생태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이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청원이 있다.
이 부회장의 사면 요청 목소리가 연일 나오는 이유는 대외환경이 워낙 급박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인텔과 TSMC 등 경쟁사들이 백악관 회의 이후 미국 내 반도체 투자계획을 잇달아 공개한 가운데, 국내 유일의 참석 기업인 삼성전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투자 요청에 고심이 깊어졌다. 일단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 계획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백악관 회의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미국 투자계획이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되고,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늦어졌던 경기도 평택캠퍼스 P3 라인 신규 투자계획 역시 늦어도 하반기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공장에 대한 투자 규모만 50조~7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코로나 백신 수급에 대한 요구가 거세진 것도 요인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연계하는 '백신 스와프'가 정·재계를 중심으로 거론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백신 도입까지 일익을 담당하도록 하는 게 국내 공중 보건에 이득이 되리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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